한 주 한 주 시간이 지날수록 푸른 옷을 입는 산골.

이번에는 그간의 자연인들보다 나이가 더 지긋한,

마치 산 만큼이나 나이든 얼굴을 한 자연인을 만나게 되네요.





13년째 산에서 홀로 살고 있는 정덕영(85) 씨는 1950년대에 경찰로 근무했었다고 합니다.

10년 넘게 경찰생활을 하다가 과감하게 택시사업에 뛰어든 그는

택시 5대를 운영하여 서울에서 100평이 넘는 집을 지녔을 정도로 성공했다고 하네요.

당시에 택시 1대가 경찰의 월급 정도를 벌어줬다고 합니다.


그러나 돈냄새를 맡은 도박꾼들에게 걸려 도박에 빠져들게 되었고 결국 딱 3년 만에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아들은 우울증에 빠졌고 결국 죽고 말았다네요.





우울증이란 것을 그때에는 잘 몰랐다고 합니다.

자신이 배움이 더 있었다면 그 병에 대해 잘 알고 대처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자책을 하는 자연인은

자식을 떠나 보낸 후 얼마나 힘든 시기를 살아왔을 지가 느껴졌습니다.

아들의 행동이 이상함을 느꼈지만 '넌 왜 그 모양이냐'고 핀잔만 줬다네요.


사실 사람들의 우울증에 대한 무지는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분명한 병인데도 '마음 굳게 먹고 극복하라'는 것을 조언이랍시고 해주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디를 다치거나 병에 들었을 때 마음을 굳게 먹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병원을 찾아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듯이 우울증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도박으로 재산을 잃은 속앓이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데서 오는 자책이 원인이었을까요.

혈압이 190까지 오르는 상태에서 화장실을 갔다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중풍이 오고야 만 자연인은 아들을 화장하여 뿌려주었던 그 산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반신불수가 된 몸으로 좋은 집을 짓지 못하니 천막을 치고 살았고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운동을 해야 병을 극복할 수 있으니

거의 기어서 산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고 하네요.


기어다닐 정도로 힘든 산골살이를 한 지 8년여.

결국 중풍을 극복하고 이후에도 아들이 지내는 산골에서 함께 산다는 기분으로

지금까지 13년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인 정덕영 씨는 산은 참 공평하다고 말합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다 받아주고 먹을 것도 공평하게 준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는 윤택 씨의 질문에

주저없이 답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특별요리는 개울가에서 잡은 고기로 끓인 매운탕.

마늘과 마의 씨를 기름에 볶고 꿀을 넣어 더 볶아서 만든 마맛탕.

그리고 밥을 단순하게 짓지 않고 취나물과 둥글레를 넣어서 짓거나

버섯을 넣고 지은 밥도 특이하네요.





근데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특이한데 가래나무의 뿌리를 빻아서

물에 넣어 놓으니 물고기가 잠시 기절하는군요.

시골에서는 친환경 살충제로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렇게 작은 물가에서나 효과가 있을텐데 뭐 쓸모있겠나 싶겠지만

바위틈에 숨은 물고기가 기절해서 떠오르는 걸 생각하면 나름 괜찮을 듯 싶군요.





Posted by 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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