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일 냄비를 두드리는 할머니 때문에 민원이 끊이질 않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소음 때문에 매일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고 다 포기한 채 이사할 생각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한 할머니가 발코니 쪽 창문을 열고 냄비를 두드리니 같은 동은 물론이고 앞 동의 주민들도 소리가 쩌렁 쩌렁 울려서 창문을 2중으로 닫아도 방까지 들려서 괴롭다고 합니다.



덕분에 아파트 관리실과 경찰은 민원 때문에 또 괴롭습니다. 경찰은 특히 여러차례 출동하여 할머니를 저지하려 해도 문도 열어주지 않고 아예 상대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문 밖에 경찰에 대한 경고문을 붙여놨는데 내용을 보니 경찰을 매우 불신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나왔다고 하니 문을 선뜻 열어주네요. 할머니도 뭔가 억울한 일이 있는 듯 하고 취재팀에 할말이 있어 보입니다.



할머니의 입장은 냄새가 나서 도저히 못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집안에서도 보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지냅니다. 그러나 취재진은 전혀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그래도 냄새가 난다고 항변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누군가의 의도된 짓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 항의로 냄비를 두드려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기청정기에는 냄새가 가득차 있다는 표시가 뜹니다. 할머니는 이것을 근거로 냄새가 난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기계 이상이라는 의심이 들어 기사를 불렀고 기사가 살펴보니 역시 센서의 고장이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이번에는 냄새 측정 장비를 갖다 놓고 과학적 측정을 합니다. 검사 결과는 역시나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아니면 냄새를 맡지 못한다며 물러서지 않습니다.



의사의 검진을 받아 보기로 하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의 검진 결과 알레르기는 아니었고 복합화학물질과민증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특정 물질에 예민한 반응을 하여 염증 반응이 나타난 걸 거라는군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몸이 힘들었던 것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여 음식도 잘 못 먹음으로써 영양불균형으로 입안이 헐고 그것 때문에 더 못 먹고 그래서 영양불균형이 더 심화되고 이런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이죠.


할머니는 의사의 진단과 충고를 잘 새겨들었습니다. 동네사람들이 할머니를 치매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는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돌파하기로 마음먹고 좋아했던 비빔냉면을 먹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역시나 한 그릇을 다 비우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죠.



제작진은 할머니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해 봤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2년 정도 연락을 끊고 지냈다는데 남들은 모르는 사정이 있다며 할머니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2년 간 혼자 살면서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져 그렇게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은 아닌가 제작진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제 냄비를 두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할머니를 보니 확실히 정상적인 사람인 걸 알 수 있으니 이웃들이 종종 찾아 뵈어 이웃간의 정이라도 나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의 해체와 이웃이 없는 현대 사회의 그늘진 면을 본 것 같아 씁쓸합니다.





Posted by 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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