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화재진압 현장에서 화재 진압을 끝낸 후 컵라면을 먹는 소방관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는데 그 모습이 안타깝다는 반응들이 많았죠. 하지만 알고 보니 먹는 것이 부실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장비를 잘 갖추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더군요.


어느 소방관들의 호소에 의하면 현재 방화복도 없이 일하고 있는 것이 2달이 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방화복을 세 명이서 돌려가며 입는다고 할 정도이니 대체 무슨 문제일까요.


2010년부터 고열에서 더 잘 견디는 새 방화복이 지급되고 있는데 이번에 어느 소방관들이 지급받은 방화복은 그것이 안전성 성능검사를 하지 않은 제품이라며 국민안전처에서 회수해가버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규정에는 소방관 1명 당 2벌의 방화복이 지급되어야 하지만 1벌씩밖에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새 방화복을 회수해 간 경우에는 방화복도 없이 일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새 방화복이 2중구조로 되어 있어서 한 치수 올려입어야 맞는데 그걸 몰랐던 소방관들은 그냥 자신의 사이즈로 주문했다가 다시 바꿀려다보니 방화복의 안전검사가 완료된 제품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걸려서 일단 일은 해야 하기에 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제품을 그냥 달라고 한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2벌을 지급받아야 하는 규정은 유명무실하고 그나마 1벌 지급받은 방화복도 안전검사를 이유로 회수해가버렸으니 방화복도 없이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구형 방화복은 열을 220도까지 견디고 새 방화복은 성능이 개선되어 400도까지 견디는 것인데 그나마도 아직 지급률이 48%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을 보면 반은 검정색 구형 방화복을 입고 있고 반 정도만이 노란색 새 방화복을 입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화학복을 입고 출동해야 하는 화학약품 누출 사고 현장에는 화학복이 없어서 방화복을 입고 출동하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소방관들의 애처로운 처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소방관들에게 있어서 방화장갑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 방화장갑은 출동이 많은 경우 1년이면 구멍이 나버리기 일쑤인데 20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 그동안 3번 정도만 지급받았다고 하니 6~7년 정도에 하나씩 지급되는군요. 그러다보니 소방관들은 사비를 들여 조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쓰는 방열장갑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또한 마스크의 경우도 소방관들 간에 통신이 잘 이루어져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데 통신기능도 되지를 않고 위치추적도 되지 않아 현장에서 길을 잃거나 하면 위험에 처할 수가 있다는군요. 실제로 지난 2012년 11월 인천 물류창고 화재 당시 한 소방관이 출구를 못 찾아 질식해 숨진 사고도 있었죠.


소방관들은 얘기합니다. 우리들은 슈퍼맨이 아니란 것이죠.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위험한 것은 일반사람들과 똑같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의 조건을 갖추고자 국민소득 숫자만 높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기본적인 지원부터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목숨을 지켜주는 사람들이니까요.





Posted by 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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