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용한 해안가 마을에 있는 한 가게에 어느날부터 웬 개 한 마리가 와서 눌러앉았습니다.



덩치가 작은 놈도 아니라서 쫒아내기도 힘들고 가라고 해도 배째라 누워서 안 갑니다. 아주 앞발을 들고 걸음마 하듯이 끌어내도 이내 다시 돌아오기 일쑤.


겨우 쫒아내 봐야 가게 앞의 길바닥 한가운데입니다. 길 가운데에 있다 보니 차들이 지나가려면 놈을 피해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차가 와서 '빵빵' 거려도 피할 생각도 안 하네요.


그러니 차들이 지나가다가 가게 쪽에 뭐라 하고 가곤 합니다. 뭔 개를 이렇게 키우냐며 말이죠.



그래서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차라리 가게 안에 들어와 있어라' 하며 가게 안에 들여다 놓지만 이번에는 나갈려고 낑낑댑니다.


허 참 가랄 때는 안 가고 들여다 놓으면 나갈려고 하고... 그저 길순이가 원하는 건 가게 앞인가 봅니다.



이 개의 이름은 길순이인데요.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어쨌든 계속 찾아온 개와 정이 들어 이름도 지어줬고 밥도 주며 가게 앞에 집도 하나 장만해 준 것 같네요.



근데 사실 이 가게에는 복순이라는 원래 키우는 개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순이는 심기가 불편한데요. 같은 암컷이라 더 싫을 수도 있겠습니다.



근데 싸우는 듯 보이지만 놀이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고 근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댈 때에는 또 싸우는 게 맞는 거 같고 길순이가 어디 갔다가 오랜만에 나타나면 복순이가 달려가 반갑게 맞이하기도 합니다. 이놈들의 관계도 아주머니와 길순이처럼 미운정이 든 것 같군요.





동네 주민들에게 길순이를 아는지 물어보면 2개월 쯤 전부터 마을에 나타났다는 겁니다. 아마도 어떤 사연에 의해 이 동네로 유입되었는데 이 가게의 아주머니가 잘해주니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다른 차들이 지나갈 때는 꿈쩍도 안 하던 길순이가 1톤 정도의 트럭이 지나갈 때에는 경계를 하며 길을 비킵니다.


뿐만 아니라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보면 극도로 경계하며 짖기까지 하며 철창 같은 곳에 들어가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모자를 쓴 사람과 트럭 그리고 철창... 뭔가 개장수의 모습 같은 것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진찰하러 온 의사도 그러한 길순이의 모습을 볼 때 어딘가에 잡혀가다가 탈출하거나 한 개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혈액 검사에서 심장사상충의 감염이 심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가게의 아주머니는 길순이에게 좀 미안해 합니다. 아픈 걸 모르고 내쫒으려고만 했던 것이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보름 정도 입원 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동안 아주머니는 옥상에 길순이의 요양소를 만듭니다. 정말 좋은 아주머니시네요. 길순이는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뻔뻔하게 들이댔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ㅎㅎ



근데 길순이가 길거리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털이 좀 누리끼리한데 가만히 보면 참 잘 생겼네요. 얼짱급입니다ㅎㅎ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 건강하고 오래토록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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