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사서독
1988년 열혈남아의 감독으로 데뷔하여 홍콩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에서 동사서독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닥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더군요.
왕가위 감독은 데뷔작인 열혈남아가 성공하고 다음 작품인 아비정전까지 연타석으로 성공하여 승승장구하던 상황에서 동사서독의 감독을 맡게 됩니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코믹 영화 도성의 감독으로 알려진 유진위였습니다.
동사서독은 무협 소설인 사조영웅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무협 영화인데 캐스팅은 지금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양조위, 장국영, 장만옥, 임청하, 왕조현, 양가휘, 그리고 양조위의 현 아내인 유가령까지 출연하기로 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빅뉴스를 만들어냈었습니다.
그런데 왕가위 감독이 좀 완벽주의자인가 봅니다. 한 씬을 며칠 동안 촬영하기도 하고 다시 찍고 또 찍고를 반복하니 촬영 기간은 길어지고 배우들도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동사서독의 촬영 기간은 햇수로 3년인데요. 제 생각에 촬영 기간이 그렇게까지 길어진 데는 왕가위 감독의 성격 탓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호화캐스팅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당시에 홍콩의 인기 스타들은 영화에 겹치기 출연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촬영이 길어지면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힘들어서 그만큼 더 길게 소요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1992년~1994년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
동사서독의 촬영 기간이 1992년~1994년인데 이 기간에 개봉한 장국영의 출연 영화가 10개 정도 됩니다. 왕조현은 11개 정도구요.
한마디로 배우들은 가뜩이나 바쁜데 감독인 왕가위는 완벽주의자라서 영화의 완성은 계속해서 지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아무튼 1993년 영화 촬영이 지체되면서 제작비가 바닥나고 배우들도 힘들어 하자 제작자인 유진위와 감독인 왕가위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냅니다.
비슷한 소스로 코믹 영화를 하나 빨리 만들어서 제작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죠. 이것은 반대로 왕가위가 제작자가 되고 코믹 영화의 감독 경험이 있는 유진위가 감독을 맡아서 그렇게 단 3개월 만에 만든 영화가 동성서취인 것입니다.
동성서취도 사조영웅전을 모티브로 한 것인데 동사서독의 출연 배우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기도 하였고 코믹한 분장과 코믹한 연기로 영화 촬영은 재밌게 진행되었습니다. 배우들도 영화가 지체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서 좋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놀랍게도 흥행에 대성공을 거둡니다. 홍콩에서만 36억을 벌었다는데 당시에는 매우 큰 성공이라는군요.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동사서독의 촬영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촬영기간이 너무 길어져 결국 왕조현은 이탈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동사서독의 흥행 성적은 어땠을까요. 약 13억 정도로 흥행 참패를 하고 말았네요.
잠깐 짬을 내어 만든 동성서취는 홍콩 코믹 영화 사상 역대급의 성적을 거두고 원래의 본 영화인 동사서독은 흥행 참패라니 역시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왕가위 감독은 이후에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 투게더 등의 흥행작을 내놓으며 성공가도를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물론 2000년대부터는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지만 홍콩 영화 자체가 하향세를 탔던 영향이 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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