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간극장은 원주시 흥업면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불편당'이라는 이름의 집에 사는 부부인 고진하 시인과 권포근 씨의 잡초 같은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잡초 같으냐 하면 보통 '잡초 같다'라고 하면 뭔가 큰 병이라던지 혹은 여러 신상의 안 좋은 많은 역경을 딛고 힘들게 살아가거나 하는 삶을 떠올리겠습니다만 이 부부는 그런 것은 아니고 실제로 우리 주변에 보는 잡초를 식생활에 활용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남편인 고진하 씨가 시인인데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시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많이 힘들다고 알려져 있죠. 몇몇 유명한 시인들이야 책이 많이 팔리면 인세로 먹고사는 것이 가능하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시인들은 마치 한량과도 같은 생을 사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고진하 씨도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시립도서관으로 강좌를 나갑니다. 그러나 역시 그건 알바일 뿐이고 결국 가족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를 버느냐보다 얼마를 쓰느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아내인 권포근 씨의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일단 먹거리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바로 잡초들이었습니다. 시장에서 푸성귀를 사려면 돈을 줘야 하지만 집 주변에 널린 것이 풀들인데 이것들을 먹는 방법을 알아보자는 생각을 하여 실제로 잡초 비빔밥, 잡초 샐러드, 토끼풀 튀김 등등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개망초, 민들레, 쇠비름, 질경이 등 온갖 식용 가능한 잡초들로 요리를 하니 건강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심혈관에 좋은 비름, 관절염에 좋은 우슬초, 특히 고혈압에 좋은 환삼덩굴을 먹고 남편의 고혈압이 좋아졌다고 하니 잡초 매니아들이 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딸은 또 '생인손'이라는 병을 앓았는데 토끼풀을 먹고 나았다네요.
이쯤 되니 잡초들에는 전문가가 다 된 아내 권포근 씨는 '잡초 레시피'(웜홀 펴냄)라는 책도 냈습니다. 3년간 원주에서 밥집을 했었던 경험을 살려 잡초 요리에는 전문가가 다 되었으니 그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요가도 잘해서 경로당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가를 가르치는 봉사도 할 정도이니 팔방미인이네요.
남편 고진하 씨가 예전에는 목사이기도 해서 예술인의 아내로 그리고 목회자의 아내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생인가를 잘 알았던 권포근 씨의 부모님은 결혼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결혼 후의 삶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는 생각입니다 ㅎㅎ 하지만 부부가 살게 된 낡은 한옥의 이름이 '불편당'이듯이 불편함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건강도 얻었으니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부부가 왜 불편함을 선택했는지, 잡초들로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적은 생활비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떻게 가진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지를 방송을 통해서 보면 좋을 듯 합니다.
이번 스토리를 보니 언뜻 생각나는 소설이 있지 않습니까? 현진건의 '빈처'가 그것이죠. 하도 오래돼서 가물하지만 가난한 집 선비인 남편을 뒷바라지 하느라 집안 물건들을 팔아가며 먹거리를 마련하는 모습이 대충 떠오르는데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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