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따라다니는 너구리,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쫒기는 남자와 야생 너구리
야생 너구리가 사람을 따라다닙니다. 그것도 특정 한 사람을 집요하게 따라다니고 그러다가 그 남자의 산책이 끝나면 자기도 사라집니다.
원래 너구리는 야생동물 답게 사람을 피하고 숨는 것이 정상인데요. 이놈은 매일 이 아저씨가 새벽에 산책을 나오면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뒤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아저씨도 처음엔 놀랐는데 나중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신경쓰지 않고 운동도 하고 산책을 다녔다네요.
희한한 게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숨어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나타납니다. 이 아저씨만 따라다는 건 분명한 것이죠. 마치 애완견처럼 말입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같은 SBS다 보니까 TV동물농장에서 익숙하게 봐 왔던 전문가들이 나와서 이유를 분석했는데요.
우선 최영민 교수는 아저씨의 몸에서 너구리의 입장에서 익숙한 애완동물의 냄새가 베어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걸로 확인됐구요.
야생동물 전문가인 박병권 소장이 현장으로 나가서 분석했는데 대체로 이유가 나왔습니다.
우선 이 산이 성미산이란 곳인데 다음지도로 보면 그냥 성산으로 나오네요. 근데 여기가 한강과 홍제천이 가까워서 거기서 왔을 거랍니다. 이동 통로는 쓰지 않는 토관이나 배수관이었을 것이랍니다. 실제로 홍제천 관리자는 너구리를 종종 목격한다고 증언하네요.
이 조그만 산에서 너구리 혼자서 자신의 구역으로 삼으면 산에 있는 벌레들을 비롯한 먹이들을 혼자 차지할 수 있어서 살기에 좋다는군요.
그러면 왜 한 아저씨만 졸졸 따라다닌 것이냐 하면... 아저씨가 거의 매일 새벽에 일찍 나와서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는데 그 행위로 인해 바닥에 물이 고이게 되고 너구리는 그 물을 먹음으로써 아저씨가 다녀가면 맑은 물이 생긴다는 사실에 아저씨가 좋아져 따라다니게 되었을 거랍니다.
또한 아저씨는 너구리가 따라다녀도 신경을 쓰지 않고 산책을 계속했던 것도 너구리에겐 호감을 사게 된 일종의 역발상이 되었을 거라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너구리는 무리생활을 하는데 혼자있다보니 외로울텐데 아저씨를 가족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거랍니다. 그 얘기를 들은 아저씨도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하네요.
야생 너구리와 친구가 되다니 제목대로 참 '세상에 이런 일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