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르스 환자 중동 이외의 지역 중 최다 발병 불명예, 보건 당국의 어처구니 없는 초기대응 실패
한국의 메르스 환자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는 최다발생국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입니다. 취재파일 K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 봅니다.
메르스(MERS)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인데 말 그대로 중동에서 처음 발생한 바이러스입니다. 그러니 중동 이외의 지역 중 한국이 발병환자가 가장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에 대한 대응체계가 얼마나 엉망인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 구제역 파동이 딱 떠오르더군요. 2010년 구제역 발생 시 초기대응 미흡으로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소와 돼지들을 살처분해야 했었죠. 나머지 살아남은 것들도 모두 예방접종을 하면서 청정국 지위도 잃었습니다.
지난 20일 국내 첫 메르스 감염 환자가 나왔는데 이 사람은 보름 동안 중동을 다녀온 사람이었습니다. 감기가 심하다 여겨 약 8일 간 병원을 옮겨다니며 치료를 했지만 낫지 않았고 뒤늦게 나온 검진 결과를 통해 메르스 확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바로 환자는 3명으로 늘었고 이후 첫 환자와 관계된 사람들이 계속해서 감염자로 밝혀졌습니다.
이 환자가 처음부터 돌아다녔던 병원들에서 감염자들이 나왔으니 처음 진단이 나오는 기간이 열흘 가까이 길어졌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더구나 메르스 의심의 기준인 38도의 고열에 집착한 나머지 환자의 가족 한 명을 놓쳤고 그래서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으니 메르스 환자의 가족 중 한 명이 검진 결과가 늦다보니 중국으로 출장을 가고 나서야 뒤늦게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는 메르스 감염 확진. 중국은 당연히 완전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38도가 넘는 사람은 메르스를 의심하여 격리 조치를 하다가 뒤늦게 38도 이하여도 환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람은 격리 조치를 취하도록 방침을 강화했는데 딱 그때 이미 출장을 떠난 후였던 것입니다.
어이가 없는 일은 이 사람도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있어서 메르스를 의심하여 자신이 메르스 환자의 가족임을 밝히고 병원에서 메르스 검진을 요청했으나 해당 병원은 검진이 안 되는 곳이라며 어영부영 환자를 놓쳤다는 점입니다. 메르스 환자의 가족이고 감기와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임을 병원 측이 조금만 더 신경썼다면 중국 출장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자가격리 시스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이나 같이 생활한 사람들은 자가격리라는 것을 하는데 한마디로 스스로 집에서 자신을 격리하라는 것입니다. 현재 약 120여 명이 자가격리 중이라는데 과연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자가격리자들 중에는 가족을 돌봐야 할 가장도 있을 것이고 아이들을 챙겨야 할 주부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자신이 메르스 환자일 수도 있으니 스스로 알아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그래서 국가가 운영하는 격리 장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선택사항일 뿐입니다.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외국을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검역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자신이 감염자일 수도 있다고 검진을 의뢰하는 사람들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며 격리조치도 보다 현실적이고 강화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